그때, 이 혼란스러운 공간에 누군가 등장해서 이상한 방榜을 붙였습니다. 자신을 30세기에서 시간을 거슬러온 마법사로 소개한 이는, 이 주인 없는 금광에 창작자를 위한 도시를 세워보지 않겠냐며 그럴 용기를 가진 이가 누가 없냐며 <총수님을 찾습니다>라는 방을 붙인 것입니다. 마법사는 이 새로운 시스템이 콘텐츠 플랫폼을 넘어 상상이 현실이 되고 관념이 물질이 되는 새로운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며, 이 일에 사람들을 일으킬 깃발을 들고 자신의 삶을 투자할 총수가 어디 없냐며 사람들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마법사의 수소문에 자신의 미래기억을 떠올리며 운명적으로 반응한 두 명의 총수가 등장하였습니다. S 한 명의 총수는 이것이야말로 자신이 친구들과 함께 만들고 싶었던 인생의 꿈이라며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그는 한때 오체투지를 하며 티벳독립운동을 하던 전사였고, 인도 라다크의 산골짝에서 서로의 재능을 통해 함께 가르치고 배우는 카페를 열며 커뮤니티를 꿈꾸던 이였습니다. 그는 라총수 입니다. 또 한 명의 총수는 분산화되고 개인화된 앱 생태계를 꿈꾸며 정책이 아닌 시스템으로 분산화, 탈중앙화의 이념을 구현하고 싶어 하는 개발자였습니다. 그는 이러한 [스팀시티]의 비전이라면 자신의 IT 기술이 그 비전을 실현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며 ‘저요!’ 하고 나섰습니다. 그는 한열총수 입니다. 모두가 수긍은 하지만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작당作黨에 용기 있게 자원한 두 명의 총수 덕분에 [스팀시티]는 비로소 닻을 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30세기에서 날아온 마법사와 자신의 때를 기다리던 두 총수의 미래기억이 21세기의 현실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입니다. S 이 주인도 없고 룰도 없는 금광에 창작자를 위한 미래도시를 세울 총수의 역할은 분명했습니다. ‘모든 권한을 가지고 모든 책임을 진다.’ 말 그대로 총수總帥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나 혼자서는 커뮤니티를 할 수 없고 거주민이 없이는 도시가 생겨날 수 없으니, 이 새로운 도시에는 함께 커뮤니티를 이룰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들을 초청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없이 펼쳐진 황금 들판에 누군가 금을 긋고 경계를 세운 뒤, 함께 도시가 되어보지 않겠냐고 사람들에게 묻기 시작한 것입니다. 미래가 이미 곁에 와있는데 그 미래를 현실로 가져오려는 움직임은 좀처럼 보이지 않으니, 우리가 먼저 움직여서 그 미래를 우리의 삶으로 가져오지 않겠냐고 사람들에게 제안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도시의 이름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도시, start in motion [스팀시티]라 명명하고 이 위대한 여정에 동참할 시민들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S 사람들은 이 새로운 시도에 관심과 호기심을 느끼고,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 묻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스팀시티]의 시민이 되기 위한 조건을 마련했습니다. 그것은 100권의 책, 100편의 영화, 100곡의 음악과 100개의 도시를 경험하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었습니다. 콘텐츠 플랫폼 [스팀시티]의 시민으로서 문화적 소양과 콘텐츠에 대한 열정을 갖추는 일은 기본이 되는 일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지역사회를 넘어 세계 현장에서 경험하는 일은 네트워크 시티를 지향하는 [스팀시티]의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코스모폴리탄적 자격인 것입니다. S 또한 세계는 지식과 정보의 사회를 거쳐 지혜와 영성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주입된 지식만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습니다. 삶의 경험으로 축적된 지혜가 아니고서는 답을 알 수 없는 포스트 모던의 사회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지켜가기 어렵습니다. 관념과 물질의 경계, 상상과 현실의 경계가 갈수록 모호해지는 21세기에서 마음과 생각의 본질, 직관과 이성의 관계를 분별할 영성의 관점을 갖추지 않고서는 소외와 공허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소통과 경험으로 체득된 지혜와 영성이야말로 21세기의 경쟁력이자 미래 시민의 소양인 것입니다. 그러한 지혜와 영성은 삶의 경험과 세대를 아우르는 소통으로 축적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과정을 <위즈덤 레이스>라 이름 짓고, 이 과정에 참여하는 미래의 [스팀시티] 시민들을 <위즈덤 러너>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약속의 증거로 약 100만 원 상당의 스팀파워를 임대받기로 하였습니다. 이에 반응한 60여 명의 사람들이 <위즈덤 레이스>를 선언하였고, 그 결과 30,776.761의 스팀파워가 @stimcity 계정으로 임대되었습니다. S 그러나 모두가 온라인에서 처음 만난 생면부지의 관계였으므로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역량과 한계, 선호와 태도를 먼저 경험해 보아야 했습니다. 또한 이 암호화폐가 정말 실생활에서 사용 가능한지 자신들에게 먼저 증명해 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작은 행사를 하나 열기로 했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암호화폐로 거래 활동이 직접 이뤄지는 <미니 스트릿>, 일종의 플리마켓 행사를 열기로 한 것입니다. 이것은 추후 [스팀시티]의 시민들이 제작한 콘텐츠와 상품들을 유통하고 [스팀시티]가 발행하는 화폐로 결제되는 쇼핑 스트릿 조성을 위한 일종의 실험이기도 했습니다. S 계절은 여름을 향해 있었고 곧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하루가 일주일 같이 느껴지는 암호화폐 커뮤니티의 시간 관념상 빠른 시간 안에 행사를 런칭해야 했습니다. 우리는 한 달여의 짦은 준비기간을 감수하고 일단 행사를 열기로 했습니다. 스팀잇에는 글 쓰는 작가뿐만 아니라 다양한 디자인 상품과 핸드 크래프트, 아트 상품들을 만드는 디자이너, 예술가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들의 상품을 모아 전시 매대를 꾸미고 각 상품을 암호화폐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로 하였습니다. 행사장에는 셀러뿐만 아니라 살롱, 영화상영, 타로 상담 등 다양한 이벤트가 함께 준비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커뮤니티의 구성원들이 가진 역량과 다양성이 어느 정도인지 모두가 함께 경험하고 판단해 볼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사람들은 많은 기대와 관심으로 행사 참여를 신청하고, 방문계획을 세우며 새로운 소식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S 2018년 6월 30일과 7월 1일, 합정동의 kkumer라는 공간에서 열린 <스팀시티 미니 스트릿 인 서울>은 많은 호응 속에 성공적으로 개최되었습니다. 아마도, 적어도 국내 최초였을 암호화폐로 결제되는 플리마켓이라는 새로운 시도는 모두에게 많은 가능성을 떠올리게 해 주었습니다. 사람들은 꿈꾸듯 행사를 준비했고, 눈앞에서 서로의 실체를 확인했으며, 이 플랫폼의 가능성에 대해 확신하고 또 새로운 고민들을 시작했습니다. 온라인에서 눈으로만 확인하던 것을 실제 오프라인 공간으로 끌어내어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관념이 물질이 되고 생각이 현상이 되는 일을 펼쳐 보인 것입니다.
제3장_ 총수님을 찾습니다
S 제1장 인류의 무의식을 채굴하다
S 제2장 고래 전쟁
S 제3장 총수님을 찾습니다
S 제4장 지구행진 그리고 위즈덤 레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