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SPRING


우리는 스팀잇이라는 블록체인/암호화폐 기반 블로그 플랫폼에서 만났습니다. 이 플랫폼은 신기하게도 글을 쓰는 것뿐만 아니라 읽는 행위에도 보상이 주어지는 마법의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었습니다. 상품을 만들고 팔아서 수입이 생기는 것은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는 경제활동이지만, 무언가를 읽고 즐기고 소비하는 것으로도 수입이 발생할 수 있다면 인류의 경제활동에 혁명적인 일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당연히 주어져야 할 부분이 생략된 관행입니다. 경제활동의 주체로는 생산자+투자자+유통자+소비자가 있을 텐데 소비자는 상품을 구매하는 최종 행위를 할 뿐 직접적인 수익을 얻고 있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S 자본주의는 소비 없이 성립할 수 없습니다. 자본은 생산자와 투자자뿐만 아니라 그것을 소비해 줄 주체가 없으면 존재가치를 상실하게 됩니다. 생산자는 자본과 유통, 소비가 없어도 자급자족을 위해 생산할 수 있습니다. 이때에 생산자는 곧 소비자이고 투자자이겠죠. 여기에 다른 소비자가 있다면 유통자도 생겨납니다. 두 주체는 생산자와 무언가를 교환하게 됩니다. 이때의 유통자와 소비자 모두 용역이나 교환 물품의 생산자가 됩니다. 그러므로 모두가 생산자를 겸하게 되고 곧 광의의 의미로 자급자족을 하고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입니다.  S 인류는 화폐라는 교환수단을 발명함으로써 경제활동을 확대하기 시작했습니다. 화폐는 신기하게도 당장 교환할 실물이 없이도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마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물교환에는 존재하지 않는 미래 가치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인류는 꿈꾸게 되었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동력을 화폐를 통해 모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인류는 자동차와 비행기를 발명하고 우주선을 쏘아 지구 밖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초고층 빌딩을 올리고 초고속으로 달리는 기차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물 가치만 인정하는 물물교환의 경제로는 이룰 수 없는 일들입니다. 상상하고 꿈꾸던 것을 현실로 가져오기 위하여 자원을 사용하고 에너지를 투여하는 일 말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인류는 웹Web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창조하여 그곳에 0과 1의 디지털로 구성되는 새로운 인간세계를 구현해 내었습니다. 이 세계는 물리적 자원이 없이도 상상이 현실이 되고 관념이 현상이 되는 마법의 공간입니다. 그리고 이 공간에서 인류는 새로운 교환의 방식을 찾아내었습니다. 그것이 블록체인/암호화폐 시스템입니다.  S 이 새로운 시스템은 자본주의가 애써 숨기고 외면하고 있던 소비자의 몫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투자와 생산만으로는 유지될 수 없는 자본주의 핵심. 그것은 사용하고 소비해주는 주체 없이는 자본주의가 존속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인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출산율에 목을 매는 이유입니다. 식민지의 자원뿐만 아니라 식민지의 소비인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리하여 이 새로운 시스템은 그동안 투자자와 유통업자가 스리슬쩍 독식하며 얘기해주지 않던 소비자의 몫에 대해 깨어나게 한 것입니다.  S 인간의 모든 행위는 몫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경제활동입니다. 그것으로 발생한 수익을 공유해야 할 당연한 권리가 있는 것입니다. 광고를 보아주는 행위, 상품을 구매하고 서비스를 사용해 주는 행위 역시 부가가치를 발생시키는 행위입니다. 아니 최종적이고 가장 중요한 경제 행위인 것입니다. 이것은 할인이나 1+1 보너스를 가장한 환원의 방식이 아닌 공정한 부가가치의 측정을 통해 분배되어야 하는 마땅한 권리인 것입니다. 한때 자본주의 세계는 상품을 잔뜩 만들어 놓고는 심화된 부의 격차로 사람들이 소비를 멈추자 대공황에 빠져 버렸습니다.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소비자들의 급여를 올려주는 일이었습니다. 실업수당이라도 지급하여 소비를 살리는 일이었습니다. 회사가 적자가 나고 재고가 쌓여 있는데 노동자들의 월급을 올려주라니요?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금과옥조처럼 떠받들면서 일하지 않는 실업자에게 왜 수당을 주는 걸까요? 대공황은 경제주체이자 부가가치 발생의 핵심주체로서 소비자의 당연한 몫을 보장하지 않아 생겨난 일이었던 겁니다. 자본주의는 소비자 없이 유지될 수 없다는 걸 증명해 보여준 것입니다.  S 상의 모든 경제활동의 가치를 화폐에 모아놓고 화폐 발행과 유통의 권한을 소수가 독점하는 기존의 자본주의 체제에 인류는 너무 오랜 시간 속고 살아왔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필요합니다. 그들이 발행하는 화폐를 사용할 소비자가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소비자는 화폐의 유통을 통해 발생하는 권리를 함께 공유할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주는 아티스트와 투자자, 유통자만 수익을 얻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소비해 주는 팬들 역시 자신들의 몫을 정당하게 수익으로 얻는 일 말입니다. 팬이 없으면 아티스트와 투자자, 유통자도 수익이 생겨날 수 없으니 말입니다. 시혜의 대상으로서가 아닌 주체이자 주주로서 말입니다.  S 것은 매우 간단한 방법으로 구현이 가능합니다. 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개인이 되찾아 오는 것입니다. 화폐 발행과 유통의 주체로 개인과 개별 커뮤니티가 권한을 갖는 것입니다. 그것이 절차와 간편성 때문에, 또는 국가라는 거대 공동체와의 계약 때문에 종속되어 있었다면, 이 새로운 가상세계에서는 모두가 국가이고 모두가 화폐의 발행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블록체인/암호화폐 시스템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인류는 그 화폐를 사용하는 모든 주체가 이익을 함께 공유할 수 있게 만드는 시스템을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S 이것은 인류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었지만 그동안 인류의 집단 무의식 속에 잠들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가상의 웹 Space와 블록체인/암호화폐 System이 인류의 무의식에 잠들어 있는 새로운 보석을 찾아 곡괭이질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미래 화폐의 채굴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S 채굴은 시작되었지만 이것의 비의를 푸는 암호는 잠겨있습니다. 이 암호를 어떻게 해독할 수 있을지 인류는 아직 알지 못합니다. 어쩌면 이것은 판도라의 상자에 넣어 영원히 봉해져 있던 절대반지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채굴은 이미 시작되었고 사람들은 노다지를 발견한 듯 혈안이 되어 몰려들고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들은 만났습니다. 움직이는 사람들의 도시,  start in motion [스팀시티] 라는 이름으로..

 

제1장_ 인류의 무의식을 채굴하다 

 

 S  제1장  인류의 무의식을 채굴하다  
 S  제2장  고래 전쟁  
 S  제3장  총수님을 찾습니다 
 S  제4장  지구행진 그리고 위즈덤 레이스